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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건율원

2026 여름호 <우리>

2026년 여름호에 담긴 열세 편의 글은

서로 다른 삶과 관계를 지나며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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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서로에게 쓰이는 사람들



제노아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차가운 공기가 침대 밖에 나와 있는 얼굴을 스친다. 몸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창을 연다. 마지막 추위가 몰고 온 찬 바람이 폐 깊숙이 파고든다. 그리고 이 냉기가 나를 완전히 깨운다. 어제의 나를 덜어내고 오늘의 나를 새로 마주하는 시간. 새벽은 내게 하루의 시작이자 에너지의 원천이다.

 

이렇게 새벽 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14개월이 넘었다.

집 안을 천천히 걸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발밑에 느껴지는 바닥의 감각과 밤새 고였던 공기를 밀어내는 냉기가 좋다. 5시. 새벽독서를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책상에 앉는다. 늘 같은 자리를 지키는 새벽의 성찰자들과 함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고, 삶을 돌아본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는 문득 지난주 학위식을 한 선배의 한마디가 떠올랐다.

그는 올해 일흔일곱의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50년 동안 광고와 경영 분야에서 수많은 성과를 만들어낸 사람이지만, 그를 더욱 빛나게 한 것은 여전히 배우려는 태도였다. 그날 학위식에서 그가 남긴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50년 동안 많은 경험을 하고 지식과 지혜를 쌓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혼자 간직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습니다. 정리하고 배우고 나누기 위해 박사 과정에 도전했습니다.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려 합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왜 이토록 배우려는 걸까?’

 

작년에 실패했던 도전을 다시 시작하려 한다. 못할 것 같다는 핑계도, 시간이 없다는 변명도 이제는 내려놓으려 한다. 주변에서는 종종 말한다. “왜 그렇게 애쓰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느냐.” 속내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나는 안다. 멈추는 순간, 나의 내일도 함께 멈출 것 같다는 것을. 세상이 무섭다고들 하지만, 내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아직 남아있는 가능성을 그대로 묵혀두는 일이다.

 

나의 열매는 아직 실하지 않다.

꽃을 떨구지 않고 맺어지는 열매가 어디 있겠는가.

지금까지의 나도 소중하지만,앞으로 맺어질 열매는 더 깊고 단단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꽃을 피우는 중이다.

 

77세 선배의 마지막 한마디가 다시 마음에 남는다.

‘남은 인생을 잘 쓰이기 위해 살겠습니다. 내 안의 빈공간을 채워 그것을 필요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나 또한 그렇게 살고 싶다. 내 안의 빈 공간을 채우는 이유는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와 희망으로 건네질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 때 문득, 내가 왜 이토록 배우려는지 해답이 보이는 듯했다.

 

배움은 더 많이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라,더 많이 쓰이기 위해서였다.

내 안을 채우는 시간은결국 누군가의 삶을 밝히는 시간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우리’란

함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더 빛나게 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이 쓰임이 되는 사람들이다.

 

새벽 공기가 다시 내 폐를 파고든다. 그 차가움을 천천히 들이마신다. 내일의 나를 만드는 것은 오늘의 나. 그리고 오늘의 나는, 누군가에게 쓰임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다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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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건율원

2026여름호 <우리>

우리는 처음부터 존재하는 이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지는 이름입니다.


2026년 여름호에 담긴 열세 편의 글은

서로 다른 삶과 관계를 지나며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나를 넘어 너를 만나고, 경계를 넘어 함께 성장하며,

마침내 서로의 삶을 품게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이 글들이 당신의 삶에도

또 하나의 '우리'를 시작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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