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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건율원

2026 여름호 <우리>

2026년 여름호에 담긴 열세 편의 글은

서로 다른 삶과 관계를 지나며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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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우리의 맛



빛작

 

고깃집에 가면 꼭 찾게 되는 소스가 있다. 나는 된장보다 쌈장을 좋아한다. 아삭한 쌈 채소와 어우러진 감칠맛은 한 쌈으로 끝나지 않는다. 다음 쌈을 자연스럽게 부른다.

 

며칠 전, 글쓰기 합평 시간에 뜻밖의 말을 들었다.

“이 글은 쌈장이네요.”

순간 당황했지만 웃음이 났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직접 만들어 먹었던 쌈장을 떠올렸다. 시판된 된장과 고추장에 참기름을 넣고, 약간의 사이다를 부으면 완성되던 쌈장.

 

그런데 왜 내 글을 쌈장이라고 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는 장면을 쓰다가도 의미를 부여했고, 경험을 이야기하다가도 인문학을 끌어왔다. 에세이도 수필도 아니었다. 장면은 장면대로 끝나지 않았고, 의미는 의미대로 서 있지 못했다. 된장이면 된장답게, 고추장이면 고추장답게. 글도 자기 맛이 분명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상하게도 ‘쌈장’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남았다.

그러고 보니 쌈장이라고 해서 실패한 장은 아닌 것 같았다.

된장이 고추장이 되려 하지 않았고, 고추장이 된장이 되려 하지도 않았다.

서로의 맛을 잃지 않으면서 전혀 다른 맛을 만들어낸 것이 쌈장이니까.

 

그날 이후 ‘쌈장’은 우리 안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쌈장이네’라고 한마디 하면 단번에 알아들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함께 웃었다. 그 말속에는 우리의 소신을 세워가는 합평 장면이 들어 있었다.

 

우리에게는 그런 말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담쟁이. 깔때기. 시장 놀이. 질문 해체. 내리찍기. 위대한 시간이 그것이다. 일상에서는 모두 평범한 단어들인데, 우리에게는 하나의 장면이었고 의미였으며 함께 살아낸 하나의 시간이 되었다.

 

같은 단어를 쓰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같은 시간을 살아낸 우리만의 언어를 갖게 되었으므로.

 

‘우리’라는 말도 그렇다. 우리란 같은 목표를 지녔다고 만들어지지 않는다. 같은 공간에 있다고 해서 ‘우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 함께 살아낸 시간 위에 우리만의 언어가 생겨날 때, 그 언어 안에 같은 경험과 같은 웃음, 같은 성장이 담길 때,

비로소 ‘우리’라는 이름이 생긴다.

 

어쩌면 우리란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 아니라,

같은 언어를 갖게 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이제 ‘쌈장’을 볼 때마다 나는 먼저 사람을 떠올릴 것이다.

글을 쓰고 웃고 성장하는 우리의 시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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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건율원

2026여름호 <우리>

우리는 처음부터 존재하는 이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지는 이름입니다.


2026년 여름호에 담긴 열세 편의 글은

서로 다른 삶과 관계를 지나며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나를 넘어 너를 만나고, 경계를 넘어 함께 성장하며,

마침내 서로의 삶을 품게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이 글들이 당신의 삶에도

또 하나의 '우리'를 시작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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