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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건율원

2026 여름호 <우리>

2026년 여름호에 담긴 열세 편의 글은

서로 다른 삶과 관계를 지나며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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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우리는 언제 ‘우리’가 되는가

7월 14일
2분 분량

최종 수정일: 7월 26일

이화정


만개한 봄날의 꽃잎이 바람에 흔들려서일까. 휴일의 식당은 다소 들뜬 분위기였다. 차에서 먼저 내린 막내는 2층으로 올라가 누나 맞은편에 앉아 있었고,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어색한 미소만 짓는 세 사람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피식 웃음이 났다.

 

둘째와 나란히 앉은 청년은 긴장한 얼굴로 막 계단을 오른 우리를 맞았다.

남편이 먼저 악수를 청했고, 청년은 두 손으로 선물을 내밀며 허리를 깊이 숙였다.

“예쁘게 봐주십시오.”

 

몇 주 전, 둘째가 처음으로 남자 친구를 소개하겠다고 했다. 사진으로 먼저 본 남편의 표정은 탐탁지 않았다. ”성격이 이상하면 어떡하지?“, ”술을 먹여봐야 하는데 차를 가져와서 아쉽네.“ 만나기도 전에 걱정을 늘어놓는 남편을 보며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성격이 이상하면 어쩔 건데?’ ‘술 몇 잔으로 사람을 다 알 수 있다고?’ 차 안에는 말보다 걱정이 더 많이 타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악수 한 번.

선물 하나.

몇 마디 대화.

그것뿐이었다.

 

처음의 냉기는 조금씩 풀어졌고, 속으로만 궁금했던 질문은 아들이 대신 던졌다. 누나의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언제부터 두 사람의 1일이 시작됐는지. 식탁 위에는 웃음이 오가기 시작했고, 식사 후 카페로 자리를 옮기던 길에 남편이 귓속말을 했다.

“괜히 든든하네.”

 

며칠 전 한숨을 쉬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아들은 예비 매형이 마음에 쏙 든다며,

나중에 집안 남자들끼리 모이면 재미있겠다고 들떠 있었다.

 

그날 문득 알았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라, 내 세계 안으로 들어올 존재를 경계한다는 것을. 상대를 잘 몰라서가 아니다. 그 사람이 들어오면 내 관계가 달라지고, 내 역할이 달라지고, 내가 익숙하게 살아온 세계의 질서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의 긴장은 사람을 향한 것이 아니라 변화 앞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달라진다.

한 번의 눈맞춤으로,

한 번의 악수로,

짧은 대화 몇 마디로도.

 

상대를 판단하려는 마음보다 이해하려는 마음이 먼저 열리는 순간,

낯섦은 더 이상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알아가고 싶은 존재가 된다.

 

그날 이후 우리 부부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해졌다.

한 발짝 뒤에서 아이들의 배경음악이 되어주는 것.

우리의 기준보다 그들의 삶을 믿어주는 것.

‘내가 바라는 너’를 만들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받아들이는 것.

 

생각해보면 ‘우리’는 같은 사람이 되어야 만들어지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 다른 세계가 서로를 지우지 않은 채 한 자리에 머물기로 선택할 때 비로소 시작된다. ‘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너’를 바꾸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

 

그 작은 열림이 ‘우리’의 시작이다.

그날은 새로운 사람을 만난 날이 아니라,

새로운 ‘우리’가 시작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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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여름호 <우리>

우리는 처음부터 존재하는 이름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만들어지는 이름입니다.


2026년 여름호에 담긴 열세 편의 글은

서로 다른 삶과 관계를 지나며 '우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나를 넘어 너를 만나고, 경계를 넘어 함께 성장하며,

마침내 서로의 삶을 품게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이 글들이 당신의 삶에도

또 하나의 '우리'를 시작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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